남자아이들 중에 욕이나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는 아이가 있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소수이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욕을 사용합니다. 남자아이뿐 아니라 여자아이도 요즘은 욕을 자연스럽게 합니다. 아이들이 욕을 하는 이유는 욕을 하면 강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자가 갈기를 세우고 고양이가 털을 세우듯, 아이들은 욕을 하면서 자신이 약한 존재가 아님을 과시합니다. 강렬한 공격성을 드러내어 상대를 제압하려는 것이죠. 그래서 자신감 없는 아이, 신체적으로 뒤처지는 아이들이 오히려 욕을 많이 합니다. 욕을 통해 자기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시도죠.
또한 욕은 그 자체로도 공격성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실제적인 폭력의 사용은 강하게 규제 받기 때문에 아이들은 욕설을 통해 자신의 공격적인 욕구를 발산합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공격적인 본능을 갖고 있습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 더욱 그렇죠. 달리고 부딪히고, 잡고 뒹굴면서 공격적인 본능을 발산하고 싶어 합니다. 무기를 좋아하고 패거리를 지어 대결하기를 원합니다. 이런 행동은 요즘의 양육 환경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조금 덜 위험한 공격적인 행동으로서 욕을 택합니다. 특히 현실에 대한 불만이 높고 좌절감에 시달리는 아이일수록 더욱 공격적인 양상을 보입니다.
아이가 어울리는 또래집단에서 욕이 일종의 문화가 되면 공격성이 높지 않은 아이들도 욕을 사용하게 됩니다. 욕이 주류 문화인데 자기만 '고운 말'을 쓰면 아이들 표현대로 '찌질해' 보이거든요. 그러니 나도 너희와 비슷하다,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위악적으로 욕을 사용합니다. 또래집단의 무언의 압력이 욕설 사용의 원인이기에 어떤 아이는 그해의 반 분위기에 따라 욕을 했다가 안 했다가를 달리합니다. 집에서는 욕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친구들만 만나면 입이 거칠어지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렇게 욕을 하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욕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부모는 무엇이 옳은지, 어떤 언어문화가 바람직한지 자녀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알려준다고 바로 다 지키지는 않겠지만 누차 이야기하듯 기준을 설정해주는 것이 부모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화를 내고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은 비정상이 아닙니다. 정상적인 모습이죠. 하지만 분노와 공격성을 타인에게 욕설로 발산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결국 스스로 후회할 일이죠. 부모는 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분노와 공격성이 해소될 수 있도록 아이를 이끌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기억할 것은 아이들의 언어생활은 주변 사람들의 영향이 결정적이라는 사실입니다. 특히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욕하는 아이 주변에는 거의 어김없이 욕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일 수도 있고 부모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삼촌일 수도 있고 놀이터에서 만나는 동네 형일 수도 있습니다. 드물지만 유치원 선생님이나 유치원에서 만난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 들어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텔레비전입니다.
제가 만난 한 아이는 엄마 아빠가 영화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해서 집에서 영화를 자주 봤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유치원 선생님한테 전라도식 욕설을 유창하게 쏟아내서 저를 찾아오게 된 것이죠. 아이에게 욕은 매우 인상적인 언어인지라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아이는 욕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욕을 듣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엄마 아빠가 은연중에 욕을 하는 가정에선 아이의 욕하는 버릇을 고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초등학생만 되어도 아이는 상대적 사고를 하기에 부모가 계속 욕을 사용하면서 아이의 욕설만 나무라면 부모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욕을 많이 들려준 경우라면 아이에게 엄마 아빠도 그런 말을 써서 미안하다, 잘못했고 앞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으로, 욕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차분히 말해주세요. 기분이 나쁘면 욕을 쓰고 싶지만 욕을 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얼굴을 더럽히는 것임을 알려주세요. 아이가 어리다면 재미난 이야기로 다가가는 것이 좋습니다. 욕을 많이 해서 혹이 생기는 벌을 받았고, 욕을 한 번씩 할 때마다 혹이 점점 커져 살기 불편했던 혹부리 영감의 이야기도 좋겠지요. 욕하는 것이 결코 멋있는 것도, 상대를 이기는 것도, 힘세 보이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 역시 말해줘야 합니다. 힘센 사람들이나 영웅들의 고전 이야기, 위인전을 보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게 좋습니다.
욕이 나쁘다는 것을 명확히 알려주었다면 그다음 단계로서 욕을 하는 대신 '나쁘다', '화난다', '속상하다', '짜증난다', '무안하다' 등의 표현을 하면 거기에 대해 칭찬해주세요. 보상을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욕이 아닌 다른 말을 썼을 때 스티커를 붙여주고 스티커 다섯 개, 또는 열 개가 모이면 상을 주는 식으로 해보세요.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면 이제 욕을 하루 종일 단 한 번도 안 하면 스티커를 주는 것으로 기준을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라면 하루 종일 욕을 한 번도 안 하는 것을 바로 시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욕하지 않는 시간을 정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하루 중 어느 때, 어떤 분위기의 장소에서부터 우선 욕을 참아보게 해주세요. 다음으로 그 장소나 상황, 시간대에 욕하는 것을 잘 참아내면 이를 적극 격려하고 그 범위를 조금씩 넓혀나가세요.
이 과정을 한 단계씩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주변의 욕하는 어른을 차단하세요. 다음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는 욕을 조금 쓸 수 있지만, 그 외의 다른 상황에서 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임은 분명하게 가르쳐주세요. 친구들과 있을 때도 되도록 욕을 자제해야 다른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시고요. 마지막으로 욕하지 않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도록 보상 기법을 활용해 노력해보세요. 이런 과정을 거쳤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는 드뭅니다.
만약 이런 방법으로도 욕을 떨쳐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것은 아이의 내면에 분노감정이 쌓여 있거나 감정조절이 어려운 아이입니다. 정서적인 문제가 심각할 수 있으니 이 경우에는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이가 욕을 많이 해요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우리아이 괜찮아요, 2014. 11. 20., 예담(위즈덤하우스))
링크 참조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378723&cid=58504&categoryId=58504
클린하게 합시다 클린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