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정말 재밌었습니다! 대회 방식도 내용도 모두 만족스러웠고 가장 먼저 대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하고 진행해주신 체사레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축제 하나를 끝낸 기분이네요!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특히 지구님의 플레이는 두 경기를 본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게 정말 많아서 지고도 기쁜 마음이 드는 것 같습니다.
대회를 거치면서 각 종족 간 밸런스에 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고, 다들 그러셨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이것만으로도 게임을 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의미가 컸던 대회라고 생각합니다. 새 빌드도 많이 볼 수 있었고요.
개인적으로도 제게 이번 대회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빌드를 최대한 틈 없이 짜고, 빌드만으로 틈을 보완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 유닛에 대한 대응체계를 잘 짜두는 수준에 머무르면서, 결국 숙련도를 극한으로 올리면 이 게임의 승패는 운의 요소에 좌우되지 않는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금 전 지구님의 플레이를 처음 보면서 지구님은 각 라운드가 아닌 전체 게임을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빌드업해가는 수준에 있다는 걸 느꼈고, 라운드별 보이는 유닛들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답을 찾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아마 지구님이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하셨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런 빌드업이 그냥 순간적으로 잘 되시는 걸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이런 빌드업을 잘해내고 또 그 빌드업에 대한 파훼법을 그 자리에서 빠르게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제가 이제까지 뚜렷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승리의 패러다임이겠다고 느꼈습니다. 이건 숙련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다고 해서 완벽해질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운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에, 제가 앞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집중해야 할지에 관해 확신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마지막까지 멋진 경기 보여주시고 우승하신 엠보스타팀 축하드립니다! 선의의 경쟁을 했던 다른 팀들도 모두 수고하셨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보드득보드득님! 새 군주에 등극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제가 프프전 빌드를 지금과 같은 식으로 완전히 바꾸게 된 데에는 몇 개월 전 보황님과 맞라인을 서봤던 경험이 정말 컸습니다. 대회 중에 저와 맞붙으시면 꼭 감사말씀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여기서 말씀드립니다. 제 프테전 빌드에 영감을 준 덕춘님과 사카리님 두 분에게도 감사말씀 드립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시간 내서 해설해주신 체사레님, 울림소리님, 애국하자님 감사드립니다! 또 다소 짖궂은 채팅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고 저희 팀의 승리도 기원해주신 미스터언체인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같이 시간 맞춰 열심히 파밍하고 또 마지막 순서를 저에게 믿고 맡겨주었던, 그래서 더 제가 미안함을 느끼는 팀 kosmos 테란 반반무마니님, 저그 LostWeapon님, 프로토스 Lukas님 모두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덕분에 4강에 진출해서 강팀을 만났음에도 선전할 수 있었습니다. 예비 없이 다소 급하게 꾸린 팀이라 다소 피로해할 수 있는데도 그런 기색 없이 열정을 가지고 함께 출전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재밌고 기뻤습니다.
그럼 저는 이내 더 강해져서 돌아오겠습니다!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