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신년, 패치에 대한 소회, 커뮤니티 운영에 대한 회고

by [NGO]울림소리 posted Jan 01, 2020 Views 416 Likes 3 Replies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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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5년 데저트 스트라이크 NG 부터 현재까지의 패치를 모두 경험하고 대부분 기억하는 유저입니다.


지난 5년간 두차례를 제외하고는 밸런스에 입을 댄 적이 없으며, 그마저도 제가 먼저 왈가왈부 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합니다. 저는 서든데스까지 무조건 가야 하는 게임을 싫어합니다. 제가 서든데스를 잘 하지 못해서도 있지만, 게임을 더 빨리 끝내서 새로운 게임을 할 수 있는데 굳이 더 길게 해야 하냐는 성향 때문이기도 합니다.

단적으로 제가 제안해서 받아들여진 스피드 모드 - 라크쉬르를 보면 제가 어떤 성향인지 이해하실 수 있을겁니다.

따라서 제가 재밌었다고 느끼는 게임은 라인전 단계에서 대부분의 상황이 종료되거나 정말 라인전에서 서로 피가 철철 흐를 때까지 치고 박고 싸우고 필살기가 6발 다 나오고도 처리가 안 돼서 방어건물까지 나와서 지어야 하는 수퍼 진흙탕 게임입니다. 서로가 51턴 후에 누가 더 예쁜 그림을 그렸나 대결하는 상황을 덜 선호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예쁜 그림 그리기 배틀을 할거면 실제 시간 13분안에 서든데스로 직행하는 스피드 모드나 60 라운드에서 51라운드로 턴을 줄여 게임 시간이 줄어드는 방안을 제안한 것 이기도 하고요. (물론 51라운드 제는 시스템상 최적화 이슈와도 큰 연관이 있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5년간 게임에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2015년 - 당시에는 배치판과 전투판이 현재와 달랐으며 (저는 지금도 다이렉트 스트라이크 같은 대각선 방향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와 같이 가로로 고정된 다음에는 전 종족 다 동일하던 3종의 사령관 스킬이 있었습니다. (전체 유닛 이동속도 가속, 스캔, 적 디텍터 감지 기능 무효화) 2015년의 게임은 '전체 유닛의 배치'와 전투를 시작하는 위치가 상당히 중요했으며, 전체 유닛의 이동속도 가속 스킬 때문에 필살기를 사실상 항시 장전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또한 각 3종족의 필살기가 서로 달랐습니다. 프로토스가 특히 좋지 않아 원성을 많이 샀습니다.


2016년 - 2015년의 게임이 초보자 입장에서는 정말로 모르면 총을 맞는 상황이었던 지라 스킬이 삭제되었습니다. 또한 3종족의 필살기가 모두 광범위한 공격을 하게 수정되었으나, 그래도 저그 필살기가 가장 쓸모가 많았습니다. 2016년은 전반적으로 입문자가 적응하기 쉽게 패치가 진행되었으며 게임이 간략화 되는 경향이 있었던지라 쉬워지는 부분에 대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패치 전으로의 롤백을 외치는 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 가장 전위적인 패치가 이뤄지던 한해였습니다. 저는 2016년이 가장 게임하기 좋았던 시절이라고 기억하지만 2017년이 더 나았다고 기억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지속적으로 입문하기 쉬운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져왔으나, 이때를 즈음하여 좀 더 트리키한 요소를 찾는 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태초부터 데3을 하던 분들은 이 때를 기점으로 대부분 사라졌으며 세대 교체가 되었습니다.


2018년 - 데3의 황금기가 언제냐를 꼽긴 애매한 부분이 많으나, 저는 2018년이 최고의 전성기라고 생각합니다. 2017년 말에 블자의 손길이 닿은 공식 대회도 열렸고, 유저들의 피드백이 가장 활성화 되었더 때기도 했고, 이때의 게임은 개별 유닛이 괴랄해져서 모아놓으니 밸런스가 살짝 맞지 않을 지언정 접근하긴 가장 좋은 시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난한 게임의 기조가 계속되다 보니 오히려 하드코어하게 파던 분들이 게임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당시 상당히 많이들 빠져나갔습니다. 


2019년 - 연초에 희대의 수퍼 트리키한 종족 스킬이 탄생했습니다. 시도 자체는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특정 종족의 스킬이 너무 효율이 좋은 점은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진들에게 상당히 다사다난한 한 해였고, 저는 데3이 원체 연구가 많이 되어 있던 탓에 기존의 밸런싱 만으로는 게임 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나 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한 해 였습니다.





현 시점에서 데3은 5년간 무슨 유닛이 강하면 무슨 유닛으로 막는다가 이미 답이 전부 나와있습니다. 유저들이 경험하지 않아서나 기억하지 못 해서 혹은 옛날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막았나 답을 찾은 과정을 똑같이 따라하지 않아서 답을 모르는 것 뿐입니다. (물론 유령 핵 같은건 제외합시다.) 정말 정말 연구 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은 4번 정도 있었고, 유닛 삭제, 기술 삭제 등으로 대응을 했었습니다.


흘깃 보고 패치가 잘 되었는지 적합한지 판단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판단할 사례가 너무 적은 상태에서 섣불리 결론을 짓는 것은 위험합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르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쉽게 휘둘립니다. 개발자 나르님도 강철과 같은 의지와 상상력이 있을 것 같지만 그도 사람입니다. 게시판을 가득 메운 롤백을 보면 그도 흔들립니다.


어떠한 문제가 있을 땐 대개 이를 찬성하는 쪽 보다는 반대하는 쪽의 목소리가 더 큽니다. 따라서 솔직하게 게시판만 보고는 정말 전체 유저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기 힘듭니다.


게다가 이런 소규모 커뮤니티는, 자신과 친한 사람이 적은 글에 댓글이 더 달리죠. (어지간히 어그로를 끌어 글쓴이를 공격하는 댓글이 달린게 아니라면.)



데3판이 좆목에 오염되어 좆 비비는 자들만 남았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고인물은 서로 좆을 비비다 썩어버렸으며 이를 자신들이 주장하는 방법으로 정화해야 한다고 말씀을 하시기도 합니다.


그 말을 좆목을 하지 않는 고독한 플레이어가 와서 하면 설득력이 있을텐데, 본인들도 본인들이 '주장하는 좆목'을 하시면서 왜 자신과 노선이 다른 좆목은 썩었다고 주장하시는 겁니까.


이제 제가, 저희가 어떻게 커뮤니티 운영을 하는지는 얼추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는 이른바 '고정팀 문제' 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자신과 노선이 맞아 서로 좆을 비비고 싶으신 분 들이 계시다면 신경쓰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시면 됩니다. 타 좆목과 노선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부러 분쟁을 열어 영원한 십자군 전쟁을 하려 드는 것은 절대 반대합니다. 이건 적극적으로 막을 겁니다.  또한 자신의 좆목 세력이 큰 점을 이용해서 전체 커뮤니티가 자신과 의견이 같은 것 처럼 호도하는 행위가 있는 경우는 저희도 눈치가 있는 사람인지라 티가 납니다. 또한 유저들은 데3을 좋아하시는 분들입니다. 본인들이 알게 된 것 중 정말 아닌것 같다고 생각 되는 것들은 본인들이 공개하거나 찾아내거나 제보하십니다. 커뮤니티는 스스로 자정기능이 있고, 각 유저분들이 백혈구 처럼 정화해 냅니다.


고정팀 문제도 이와 같습니다. 자신과 함께 게임을 같이 하고 싶은 사람들과 게임을 하는 것을 막지 않습니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그렇게 게임을 빡시게 할 거라면 어지간하면 상대도 실력이 비슷한 분들과 게임을 하는게 더 재밌으시지 않습니까 하고 유도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생 뉴비들이 폭격을 맞지 않게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고 주어진 여건에선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정으로 트롤 욕설 사칭 사기를 일삼던 작년의 그 분탕종자들이 쫓겨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 게임은 꽤 하드코어한 게임입니다. 시스템은 전통적인 스타 전격전 맵의 문법을 따르고 있지만, 모든 유닛 스펙과 스킬이 처음부터 외워져있진 않습니다. 최소한 사거리라도 알아야 게임을 제대로 할 수 있으나, 튜토리얼도, 홍보영상도, 교육방송도 이 부분을 해결해 주지 못 합니다. 입문은 아주 쉽지만 학습 난이도에 무조건 외워야 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학습 난이도 그래프를 그린다면 구간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따라서 XX 패치로 신규 이용자 유입이 사라질 것이다. 라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게임을 할 분들은 그 부분을 스스로 해결 하신 분들 뿐 입니다. 특정 스킬이 있건, 사라지건 유닛의 특정 기술이 있건, 가격이 얼마건 심지어 인컴 건물이 있건 없건 간에 새로 이 게임을 하겠다는 유저의 의지는 바뀌지 않을겁니다. 취향만 맞다면 꽤 매력적인 게임이거든요. 그걸 인(人)의 장벽으로 막지만 않는다면 할 사람은 야금 야금 생겨날 것 입니다.


그래서 커뮤니티 관리를 하고 있으나 현재의 카카오 채팅방의 존재에 대한 회의가 들 때가 가끔 있습니다. 싹 밀고 타 메신저로 이사가 발전양이 줄더라도 ㄹㅇ 데3 관련된 이야기만 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고요. 카카오톡의 플랫폼 특성상 사람들이 신변잡기적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이제 와서 없던 룰을 막 추가하기도 힘들고, 그 규칙을 지키게 강제하는 것도 이상하고요. 지금으로썬 현재와 같이 가져가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지켜보고 있는 중 입니다.




스킬과 세부적인 밸런스에 대해서는 저보다 더 잘 아는 분들이 더 나은 의견을 제시하시리라 믿습니다. 다만 현재의 스킬 체제는 스킬 사용 보단 가스 미네랄로 바꾸기가 한참 효율적인 것은 부인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재밌어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제가 하면서도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은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방법만 알려진다면 누구나 쉽게 대처 가능한 부분이기에 활용처가 더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알때와 덜 알려져 있을 때의 사용법은 분명히 다릅니다. 보이는 자원과 보이지 않는 자원 둘 다를 생각해야 하는 초반의 쫄깃함을 추가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어요. 종족 스킬이 실제 활용도가 있는가는 조금 부정적으로 봅니다. 그나마 테란이라면 모를까, 저그와 프로토스는 특히 그렇습니다.


저는 심정적으로는 어떤 분이 최근 강하게 주장하시는 16, 17로의 회귀가 일리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도 상당히 거지 같았던 부분이 많았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글 위에서 그리고 상상으로는 타당하지만, 이를 실제 적용하고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 그리고 거지같은 갤디터와 싸워야 하는 사람이 그 제안을 실제로 적용 했을 때 생길 문제는 주장자가 해결해 주지 못 합니다.


이건 기본적으로 그가 만든 게임이고, 그가 책임지고 유지하고 있으며,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직접 해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를 포함한 모든 유저의 제안은 그저 제안일 뿐이지 마법의 해결책이 아닙니다. 데저트 스트라이크 3는 많은 요소들이 얽힌 복잡계이고, 복잡계에선 뭐 하나 바꾸면 다른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나비효과 같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이머가 볼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고, 현실적으로 시행 가능한 정답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개발자를 믿어야 하며 도저히 납득이 안 되면 그만 믿는 수 밖엔 없습니다.


다만 그럴 때, 여태까지 이 게임에서의 즐거웠던 경험을 선사해준 사람에 대한 예의는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이건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당연한 수칙 아니겠습니까.





잡설이 길었네요.


저는 최근 상당히 오랫만에 데3을 즐겁게 하는 중 입니다.


그리고 메타와 저랑 잘 맞는지 제 부족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꽤 많이 이겼습니다. 재밌네요.


다른 분들도 2020년에도 즐거운 게임을 하시길 바랍니다.




2020년 1월 1일, 울림소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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