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현 데저트3의 빌드 경직화에 관한 고찰

by 제논의칼날 posted Sep 23, 2022 Views 794 Likes 0 Replies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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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3가 대규모 패치를 안 한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얼마 전 패치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대규모 패치라고 부르기가 힘들었죠.

지금껏 대규모 패치 이후에는 항상 빌드에 대격변이 일어났었고,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한 유닛이더라도 후에 재발굴되어 사용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빌드의 기본 조합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는 일도 있었고, 가끔은 사기 유닛이 등장하기도 하는 일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빌드 자체가 고수부터 초보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정형화가 되어버렸습니다. 기본적인 유닛의 조합 등을 넘어서 배치까지 복붙되어서 비방 공방 가릴 것 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예전에 보였던 기상천외한 빌드들은 이제 더 이상 제대로 먹혀들어가지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사파 내지는 마교에 가까운 빌드들은 대규모 패치가 일어난 후 기존 빌드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나타났는데, 빌드가 경직화되면서 그런 것들이 싹 사라졌어요.

저그 선티어 땡뮤탈, 토스 선티어 분열기 및 프프전 고위 기사, 테란 시체매 듀크랑 깡바요닉 등등 수많은 빌드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긴 했는데, 그 흐름이 지금 완전히 끊겨버린 느낌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 사실상 데3를 거의 접었습니다. 현재는 공살이형 따라서 신뿌에서 놀다가 가끔 하는 수준인데, 그 가끔 하는데도 금방 질립니다. 저그 만나면 무조건 광전사 불멸자 집정관, 토스 만나면 무조건 추사도.... 이게 비방에서야 기상천외한 빌드들이 만들어지고 서로 뭘 갈지 모르니까 흥미가 있는데, 공방에서는 너도나도 고착화된 주류빌드만 써대니까 누가 더 빌드를 암기를 잘하나 싸움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저를 마주친 분들은 알겠지만 최근의 저는 평범하게 가는 편이 아니고, 공격적으로 조합을 바꿔가면서 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기본 베이스 빌드 자체가 공살님한테 배운 사파류 빌드 기반이었고, 최근에는 희사님 빌드 하나 카피해서 깎는 중이긴 해요.(테프전 한줄피냥꾼) 데3 그마까지 찍고 나서 보니까 승패에 거진 신경을 안 쓰게 되기도 했고. 필요하다면 라인전 유닛팔이도 과감하게 가는 편입니다. 물론 저도 정석을 아예 못 하는 건 아니고, 안정적인 빌드를 가기도 합니다. 근데 솔직히 한두판도 아니고 몇백판을 그래왔다 보니 이젠 재미가 없어요. 

제가 래더도 그렇고 롤모델이 커유펑, 박대호 등 극단적인 공격성을 가진 프로게이머들이라 그런지 단순한 빌드보다는 이색적인 게 좋더라고요. 사폭 데미지 64 시절부터 프프전에서 고위기사 쓰던 사람이기도 하고(당시에는 프프전에서 고위기사가 안 나오는지라 프프전 50판 하면 2판 나올까말까) 저프전 땡함대+암흑기사 빌드도 가던 사람이긴 합니다. 물론 당시에는 대규모 패치가 적어도 4~6개월에 한 번씩은 일어났고, 변화 속에서 생겨난 메타가 사장된 이후에도 그걸 적당히 바꿔서 한동안 잘 쓰던 타입이었죠. 시체매 듀크가 사장된 지 오래임에도 테란 할때 한동안 바이오닉 듀크로 승리 좀 챙긴 정도 있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 시점에서 데3에는 대격변 수준의 패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개나소나 비방 석유들 정석빌드 카피해다가 써대는 시점에서 혼자 깎은 내지는 기행종 취급받던 분 빌드를 들고 나오는 인간이 지금은 저 말고 없는 거 같긴 한데, 대격변이 한번 이루어지고 나서 벌어질 빌드의 대격변을 저는 한번 맞이해보고 싶습니다. 

물고기는 완전히 고인 물에서 살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 둑을 터뜨려 흐름을 만들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