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저트 3 때문이었어요.
스타크래프트 2라는 게임을 산 게 아니라 데저트 3라는 게임을 산 것 처럼,
스타 켜면 항상 데저트 3만 했죠.
스타2를 안 샀을적에는 스타1에서 데저트를 했습니다.
그랬다가 스타2로 와서 데저트2를 보고 와! 신박하다! 하면서 처음으로 해봤죠.
그리고 그 설렘과 흥분은 15초만에 박살났어요.
늘 하던 대로, 스1에서 하던 대로 배럭을 짓자 마자 하나 둘 씩 나가더란 말입니다.
어떤 때는 패드립도 들어 봤고, 게임이 끝나고 나 때문에 졌다면서 귓말로 쌍욕을 하던 또라이도 있었어요.
그렇게 데저트2는 쳐다도 안보게 되었습니다. 초보 배척에 이골이 났으니 말이죠.
그랬는데, 데저트3를 하게 되었어요.
맨 처음 봤을때는 엌ㅋㅋㅋㅋㅋㅋ 데저트가 시리즈로 있네? 하면서 호기심에 했는데,
데저트2와는, 정확히는 기존의 데저트 스트라이크라는 시스템을 갈아엎은 새로운 시스템에 전 곧바로 빠져버렸고,
2~3의 가스를 들여 하는 소소한 업그레이드, 유닛 강화 등의 시스템을 맛보면서 이젠 스타2를 켜면 데저트3을 바로 할 정도로
데저트3에 완전히 빠져버렸단 말입니다.
근데 이번 패치가 모든 걸 갈아엎었어요.
한판 끝내고 다시 들어가니까 뭔가 패치가 된 느낌이었고, 불곰이 무기고가 건설되지 않았다며 만들어 지지 않았을 때,
뭔가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버그가 고쳐지고, 다시 플레이 해 본 데저트는 유닛이 묶여 나오는 모습이었어요.
처음에는 데저트2인가? 싶을 정도로 거부감이 좀 있었지만, 그래도 파밍모드에서 몇시간동안 연구해가며 전략을 짰어요.
하지만 오후에 나온 또다른 패치는 정말 모든 것을 송두리 째로 갈아 엎어버릴 만한, 정말로 크고 아름다운 그 무언가였습니다.
그래요. 묶여 나오는 것 까지는 괜찮았어요.
진형을 조금 유연하게 짜지 못했다 뿐이지, 그래도 마인드를 바꿔야 할 정도로 확 바뀐건 아니었으니까요.
그저 유닛 보충이 조금 많이 느리고, 기다림이 더욱 많은 유닛으로 나온다는 것. 그 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2티어, 3티어로 테크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수입이 멈추고, 다량의 미네랄을 요구하고, 사일로가 터져나갈 때 1000의 미네랄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고,
데저트2 하던 때의 악몽이, 정확히는 양학단을 조직하고 양학질 하는 주제에
초보 배척하고 깔아뭉개고 인격을 개박살 내는 쓰레기들에 대한 악몽이, 그대로 깨어났습니다.
데저트3에서 랜덤 팀 시스템. 정말 훌륭한 시스템입니다.
양학단 조직하는 육시를 할 쓰레기들의 개수작이 완벽하진 않지만 거의 봉인되는, 그런 시스템이었단 말이죠.
하지만 이번 패치를 통해서, 데저트 2와 혼종이 되어버린 데저트3을 보면서, 이젠 랜덤 팀으로 짜도 초보들은 학을 떼고 쓸려나가버릴만한,
그런 시스템이 된 데저트3를 보면서. 저는 망연자실 해졌습니다.
이젠 한판에 30~40분씩 들여가면서 몇판씩 연달아 할 만한 맵이 없어졌어요.
다른 사람들도 저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원래 스타2 들어가면 꼭 하나씩은 있던 데3 맵이 아예 보이지도 않는,
그런 상황이 벌어진걸 보고, 이젠 스타2를 접어야 하나 생각도 했습니다.
기껏 잡은 방도 사람이 안오는데, 다시말해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단 말입니다.
정말 많은 종류의 버그리포트를 받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고심한 결과물이라는거 잘 압니다.
하지만 전 이게 잘못되었다고, 롤백이 필요하다고, 정말 진지하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 패치에 들인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게 많이 아까우시겠지만,
정말 이건 아닙니다. 제발 롤백까진 아니더라도 기존 시스템으로의 복귀는 정말로 깊이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나르님. 데저트 3 덕분에 참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그런 맵 만들어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