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분열기가 많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도 최근에 분열기를 자주 사용하면서 많이 체감을 하고 있는데, 특히 테프전에서 분열기는 무상성 씹깡패라고 불러도 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분열기에 대해 정리글을 한번 올려보려고 합니다. 밸런스 토론장에 올린 글이 수정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몰라서 여기서 쓰고 있기는 합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1. 굉장히 높은 딜수치

우선 분열기의 딜링은 145(보호막 상대 200)입니다. 이 수치는 래더의 분열기와 똑같은 수치로써, 데3 버전의 경우 여기에 공격속도마저 조금 느린 평타 수준으로 강해져(대략 제라툴 분열기와 비슷한 수준) 굉장히 높은 DPS를 뽑아냅니다. 그러나 단순히 딜수치가 높은 스플공격을 하는 것은 공성 전차나 어비셜의 맹독 투척도 충분히 뽑아낼 수 있고, 더욱이 분열기의 정화 폭발은 데3 내에서 유일하게 아군스플을 가지고 있는 공격 방식이라 팀킬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원본보다 더 빨라진 공격 수치와 맞물려서 데3의 분열기는 아차하면 그냥 깡딜로 모조리 날려버리는 거죠. 한 방 내지 두 방이면 모든 게 박살이 나도록 설계된 유닛에 공속까지 집어넣어줬으니.

 

2. 상성 유닛들의 약화

얼마 전 헐크가 너프를 당했습니다. 비록 갈고리 자체에 추가 딜이 생겼다지만 기본 방어력 너프로 인해 추적자 같은 프로토스의 양산딜러들한테도 꽤나 아픈 딜이 들어오게 되었으며, 석상 상대로는 천지개벽 수준으로 약해졌습니다. 그리고 화염기갑병과 악마의 개 같은 경우에는 기본 사거리 2가 있어 동귀어진을 노리기가 상당히 힘든 편입니다. 그나마 강화 보호막을 가진 슬레이어가 분열기의 공격을 잘 받아내지만, 불멸자와 황혼 포격자, 추적자에 삼중으로 철거당하는 게 일인 유닛이라 테프전에서 슬레이어를 자주 보기는 힘든 편이죠. 밤까마귀를 가다가는 175원짜리 파수기에게 방해 매트릭스를 걸고 자빠져 있으니...

반면에 테란의 주력 유닛들은 분열기 두 방에 터져나갈 뿐더러, 앞서 말했든 제대로 된 카운터가 없기 때문에 결국 힘싸움을 해야 하죠. 이 점에 있어서는 그나마 테란이 우위기는 하고, 분열기가 소수일 때는 딜찍누가 가능합니다. 근데 분열기가 4기를 넘어가고 8기까지 쌓이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한 번 폭발할 때마다 전방 라인이 박살이 나는데 테란이 여기서 버티기는 굉장히 힘듭니다. 거기다 황집을 탱커로 세워두면 그 황집이 거의 모든 헐크와 밤까마귀의 스킬을 빼 버리고, 결정적으로 팀킬을 노릴 수 있는 요소를 거의 무력화시켜 버리니 650미네랄 이상의 밥값을 하는 셈이죠.

프로토스의 경우에는 사정이 그나마 덜한 편인데, 일단 상대보다 파수병이나 백인대장을 더 갖고 있으면 분열기의 팀킬을 유도하기가 제일 쉬운 종족이죠. 더욱이 같은 강화 보호막을 갖고 있는 황혼 포격자는 슬레이어와 달리 7이라는 안정적인 사거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쓸데없이 쳐맞아서 보호막 날릴 일도 없는 편입니다. 다만 암집으로 인해 광전사를 뺏길 수도 있고, 황혼포격자는 반대로 요즘 슬슬 나오기 시작하는 고위 기사의 폭풍에 보호막이 벗겨질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저그의 경우야 토라스크부터 랩터까지 근접유닛이 차고 널렸으니 분열기의 카운터가 많지만 그렇기에 저그전에서 분열기를 쓰는 일은 거의 없으니 논외.

3. 비싼 가격

비싼 게 왜 장점이냐 할 수 있겠지만, 분열기는 그 화력에 걸맞게 400이라는 비용이 듭니다. 따라서 분열기 하나를 팔면 300이라는 돈이 들어오는데, 서데 직전 분열기 8대를 팔아서 들어오는 2400미네랄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막말로 이걸 팔아서 우주모함이라도 가면 최소 4기(보통 서데 직전까지 돈을 모아 두니 그 이상 나오죠)는 나오는데, 테란이 이걸 예측하고 대공을 늘리기에는 시간과 자금이 부족하죠. 라인전에서 분열기에게 존나게 쳐맞은 테란은 보통 골리앗 갈 여유도 없고 바이킹은 더더욱 갈 여유가 없을뿐더러 서데때 헐크 뽑기에 바쁘겠죠. 보통 분열기 이외에도 용기병, 석상을 잡는 것까지 감안하면 최소 20기~30기는 갈건데, 토스 입장에선 공중투자도 안해쓴데 175원이 무더기로 빠지면 돈 다 빠지기 기다렸다가 분열기를 냅다 팔고 우모를 비롯한 공중을 가면 장떙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데3는 제공권 잡으면 이긴 게임이니까요. 

그렇다고 우주모함만 바라보고 대공을 늘린다? 이러면 토스는 그냥 속 편하게 앞에 불멸자 쫙 도배하고 전방에 3~4황집 세워서 헐크 한번 받아내면 끝입니다. 어차피 토스는 분열기 공격 쿨타임동안 헐크를 순삭하면 다 끝나는 일인데다 쓸데없이 대공유닛을 많이 갔으니 그만큼 지상에 공백이 생기겠죠? 그러면 아주 개작살이 나는 겁니다. 즉 테란 입장에서는 상대가 분열기를 팔지 아니면 우직하게 밀어붙일지도 모르는 일이라 대공유닛을 뽑는 데 있어서 상당한 제약이 생깁니다. 토스 입장에서도 바이킹 골리앗 헐크가 다 똑같은 175원이기 때문에 추측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미 라인전에서 심리적으로 테란을 압박했기에 밀렸을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추측이 쉬운 편이죠.

즉 분열기의 비싼 가격은 역설적으로 서든데스에서 소위 팔고 튀는 전략에 대해서도 상당한 이점을 가져다 주며, 우모 통수가 테란에게 심리적인 압박이 큰 편이죠. 헬천은 상성을 심하게 타고 전순은 테프전에서 함부로 꺼내기 힘든 유닛이며 바실드레는 토스가 눈치채기 쉬워서 우모 말고 다른 통수를 치면 그뿐이니까요.

반대로 프로토스전에서의 주 통수는 우주모함이 아니라 공허 포격기류인데, 우선 모선+파멸 포격기 조합은 프로토스의 메인딜러인 용기병+석상 조합에게 굉장히 크게 다가옵니다. 이들의 딜링을 받아내 줄 수 있는 황집의 경우 소용돌이 포격기에게 극도로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예언자를 뭉쳐서 뒷배를 하게되면 교란기 동력기마저도 빠르게 철거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통수는 적 프로토스에게 상당히 위협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인딜러인 용기병과 메인탱커인 집정관의 성능이 워낙에 뛰어나서 테란전보다는 압박감이 덜한 편이죠.

하지만 이러한 것들보다도 더욱 분열기를 날뛰게 만들어 주는 요인은 따로 있습니다.

4. 데저트 스트라이크 3 그 자체

그러나 분열기의 진짜 문제점은 데저트 스트라이크 3라는 게임 자체가 분열기에게 매우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래더에서는 분열기의 정화 폭발을 피할 수 있습니다. 아니, 피해야만 합니다. 래더의 테프전에서 분열기가 나오는 경우를 보시면 분열기가 나올 때마다 테란 병력 전체가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다른 병력들에게 프리딜을 맞고 궤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즉 분열기의 정화 폭발이 가진 주 용도는 상대의 전선을 붕괴하는 효과이자 가끔 대박을 낼 수 있는 조커 카드 정도의 위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마저도 요즘은 분열기 컨이 굉장히 좋아져서 대박이 날 확률이 굉장히 높아졌기 때문에 래더에서도 프사기의 중심이 되고 있죠.(더욱이 래더에서는 컨이 가능하다 보니 저그의 바멸충 히드라도 같이 터져나갑니다)

이걸 비유하자면 RPG 게임에서 보스의 공격을 피하면서 딜을 넣어야 하는데 보스랑 서로 맞딜을 하고 있으면서 이 보스 어캐 깨냐 이런 말을 하는 거랑 같은 겁니다. 애초에 피하라고 설계한 스킬을 공속버프까지 들려줘서 어택땅겜에 내놨으니 당연히 밸런스 논란이 안 생길 수 있을 리가 없죠. 그나마 지금까지는 배치 싸움, 카운터 유닛들의 높은 스펙 등으로 쉽게 파훼가 되었었고, 분열기가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데미지 너프와 아군오폭 삭제(제가 알기로 75(쉴드 상대 110)으로 기억합니다)로 그냥 흔한 원거리 스플딜러 1에 가까운 느낌이 짙었기 때문에 별로 부각되지는 않았죠.

 

이러한 점 때문에 현재 분열기는 프로토스 최강의 후방딜러로 평가받으며 당분간 패왕으로 군림할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혹여나 추가해야 하거나 수정해야 할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